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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r.wsj.com/posts/2014/02/27/%EC%82%AC%EC%84%A4-%EB%8C%80%EB%B6%81-%EC%8B%9D%EB%9F%89-%EC%A7%80%EC%9B%90%EC%9D%98-%EC%95%84%EC%9D%B4%EB%9F%AC%EB%8B%88/

농업이 쇠퇴하는 분위기 속에서 북한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원 받은 식량으로 주민들을 먹여 살렸다. 북한 정권은 식량 지원을 늘리겠다는 약속을 넌지시 해준다면 핵 개발 프로그램에서 양보할 뜻이 있다고 내비치다가, 일단 석유 등 원조 물자를 받아 챙기면 약속을 어기기를 반복하고 있다. 한국이 남북관계를 회복하려고 시도할 때도 핵심 쟁점은 역시 식량 지원이었다.

그 많던 대북 식량 지원은 어디로 다 사라진 것일까? 최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북한 지도층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권고한 부분은 대서특필됐다. 그런데 전체주의 정치체제 하의 북한 경제에서 식량 정책과 해외 원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한 64쪽 분량의 내용도 그에 못지않게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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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주의를 표방하는 집단 농업 정책이 무참한 실패로 끝난 북한은 식량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전 국토 가운데 경지 비율은 약 14%밖에 되지 않는 데다, 농작물 생산량을 늘릴 만큼 충분한 기술도 전혀 축적하지 못했다. 북한 정권은 식량 생산을 자급자족하자는 목표를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식량지원에 의존해 국민들을 먹여 살렸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북한에 30년 가까이 계속된 식량위기가 처음 시작된 것은 소비에트연방(이하 소련)이 해체되면서 소련에서 지원하던 식량 원조가 끊긴 1980년대 후반부터라고 지적했다. 유엔 보고서는 1990년대 중반 북한을 강타한 식량난은 1995년 여름에 발생한 홍수 때문이라는 북한의 해묵은 주장을 반박했다. 북한 정권이 추진한 정책 때문에 촉발된 식량난은 홍수가 일어나기 전부터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 수백만 명이 아사한 기근 때문에 북한 정권은 서방 정부와 NGO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북한은 상당한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정치・군사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을 끊임없이 악용했다.

북한 정권은 성분과 계층에 따라 식량을 배급한다. 성분이 좋은 사람들이 많은 평양이 가장 많은 식량을 배급 받는 반면, 성분이 낮은 사람들이 많은 북동부는 가장 적은 식량을 배급 받는다.



일단 대북 식량 지원이 시작되면, 북한 정권은 성분에 따라 식량을 배급한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북동부에 대북 지원을 제공하고 싶다는 국제구호기구들의 요청을 거절했다. 또한 심각한 기근이 몇 년 째 계속되던 1997년 이후에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지원한 식량이 북한 동해안 지역까지 미칠 수 있었다고 한다.


식량지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식량을 배급하기 위해, 북한 정권은 국제구호기구 관계자가 방문할 수 있는 지역을 제한했다. 방북하려면 사전에 통보해야 했다. 북한 정권으로서는 국제구호기구가 시찰하기 전에 치밀하게 준비할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국제구호기구는 최근에야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직원을 채용할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북한 당국에서 파견한 통역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조건 때문에 ‘국경 없는 의사회’와 같은 민간 구호단체들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에 북한에서 구호활동을 중단했다. 그래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해외 정부들이 대부분의 원조를 떠맡게 됐다.


또한 북한은 지원 받은 식량을 군량미로 빼돌린다. 유엔 보고서는 북한이 지원 받은 식량을 민간인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구호단체를 어떤 식으로 눈속임하는지 목격자의 증언을 인용해 설명했다. 북한에 지원된 식량은 군량미로 전용되거나, 성분에 따라 배급되거나, 간부들이 빼돌려 암시장에서 팔아치운다.


어느 탈북자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에 이렇게 증언했다. “인도적 지원을 받은 식량은 북한 정권의 손에 들어간다. 나는 그 식량을 시장에서 돈을 주고 사야 했다. 주민들에게 배급된 식량은 당국에 반납해야 한다. 당국은 원래 배급량인 5kg이 아닌 500g만 배급했다.” 유엔 보고서는 해외 시찰단이 감시하지 않으면, 지원 받은 식량의 80%는 당국이 다시 가져간다는 북한 전직 고위 간부의 말을 인용했다.


유엔 보고서는 대북 식량지원 덕분에 북한 정권은 막대한 군비를 계속 지출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핵 프로그램도 개발할 수 있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유엔 보고서는 북한이 대북지원을 가장 취약한 계층을 굶주림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고, 국제수지 항목으로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지원 받은 식량을 수입 상용식품의 보완재가 아닌, 대체재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대북 지원은 북한이 군비 지출을 늘릴 여지를 준다. 상업용 곡물 수입량을 20만톤으로 줄인 1999년, 북한은 벨라루스로부터 미그-29 전투기 40대, 카자흐스탄으로부터 군용 헬기 8대를 수입했다고 유엔 보고서는 지적했다.

북한 정권은 대북 지원으로 생겨난 여유 자금을 김씨 일가를 신격화하는 데 쓴다. 식량지원 덕분에 김씨 일가는 개인 계좌로 경화를 빼돌려 사치를 일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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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사실은 대북 지원을 전격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사람들이 굶어죽는다는 데 방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원조공여국과 구호단체로서는 혼란스러운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북한을 일반적인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봐서는 안 된다. 북한은 일시적인 자연재해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대외원조를 주민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전체주의 정권이다.


북한 주민들은 대북지원의 아이러니를 잘 이해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유엔 북한인권조사외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조진혜 씨는 1990년대 북한을 덮친 대기근에 가족들이 겪은 고통을 자세히 증언했다. 당시 그녀는 북한 정권에 인도적 지원을 하면 북한 주민들이 아니라 북한 지도층의 주머니만 불리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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